가장 모던한 구도자를 목격하라 : <신을 찾아 떠난 여행> book


개인적으로 무신론자 상태를 유지한지 벌써 꽤 오래되었다. 머리가 좀 크고나서(?) 나의 의지로 종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을 때 이후로 종교를 가져본 적이 없다.  

하지만 종교는 늘 나에겐 중요한 관심사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물론 관심사라는 표현 속에 들어있는 스펙트럼은 정말 너무나도 넓어서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오는 괴상망측한 사이비종교에 대한 말초적인(??) 관심일 때도 있고,  한국 사회에서 몇 가지 대표 종교가 가지는 독특한 역할에 대한 관심일 때도 있고, 몇몇 영향력 있는 종교인들에 대한 관심일 때도 있지만, 만약에 내가 종교를 가진다면 어떤 것을 고를 수 있을까, 과연 내가 무언가를 '믿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실은 늘 무의식중에 하고 있다. 

세상을 살다보면 지칠 때도 많고 스케일(?)이 큰 문제들에 대한 답을 궁금해하게 될 때가 있는데 가끔 그런 이야기를 누군가와 나누게 되면, 종교를 하나쯤 가지는 것도 좋을거라는 얘기를 의외로 자주 듣는다. 마치 이 방에 그림 하나 걸어놓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 처럼, '훨씬 심리적, 정서적으로 안정도 될거고..'라면서. 그럴 땐 '그래 하나쯤...'이라고 생각하다가도, (당연히)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란 것을 알기에 늘 생각에서 그치곤 한다.

이 책을 쓴 에릭 와이너는 어찌보면 나와 비슷한 사람이지만, 보다 드라마틱한 순간을 겪었다. 

저자는 암에 걸렸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으로 병원 침대에 누워있었을 때 '당신은 당신의 신을 만나지 못했군요'라는 간호사의 말 한 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한다. 신을 만난다니 대체 그게 어떤걸까, 나도 신을 믿어봐야겠다, 과연 어떤 종교를 믿으면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던 그는 '간단한 쇼핑을 할 때도 무지하게 따지고 비교해보는' 현대인적 특성에 뉴욕타임즈 취재기자라는 직업적 특성이 화학작용을 일으켜 종교도 신중히 고르기로 하고 직접 몇 가지 종교를 체험해보기에 이른다. 이 책은 그에 대한 기록이다. 

대충 위와 같은 내용의 이 책의 소개를 읽고, 나는 쾌재를 불렀다. 

나 역시 할 수만 있다면 종교들을 비교체험 해보고 싶었으니까. 발상부터 너무나 마음에 들었고 공감이 갔다. 어쩐지 종교를 가지면 좋을 것만 같은데 도저히 얼렁뚱땅 쉽게는 못고르겠으니까. 양말 하나 살 때도 수십번 고민하는 판에, 종교를 어떻게 대충 골라? 그런데 그런 귀찮고 어려운 일을 누군가가 대신 해줬다니, 어찌 읽어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글은 쉽지는 않지만 무척 재미있는 편이다. 종교를 다룬 내용이니 어찌보면 민감하거나 어려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저자가 직접 겪은 경험담 위주로 되어있어서 큰 부담없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내용들이 이어진다. 이슬람교 종파, 카톨릭교 종파, 불교, 도교, 신흥종교, 샤머니즘, 유대교 등 자신의 기준으로 골라본 몇 가지 종교가 등장한다. 굉장히 새롭고 재미있는 내용들도 있었고, 각 종교에서 어떤 경지에 이른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많은 생각거리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이 누군가에게는 신성모독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진지한 종교인이라면 자기 자신보다 응당 그 종교, 혹은 자신이 믿는 신이 이 세상의 중심일테니, 감히 '체험'과 '평가'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 자체가 매우 불쾌하고 모욕적일 수도 있을테니.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정말이지 '현대적인' 발상으로 이루어진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이런 발상으로는 진정한 종교인은 될수 없을지도 모른다. 중심은, 방점은, 여전히 '나'에 찍혀 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내'가 신을 선택하고 종교를 믿는 주체다. 여러 종교들에게 주장하듯 신으로부터 선택을, 부름을 받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필요한, 나의 마음 속에 와닿는 그 무언가를 찾아 선택한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다. (물론 뭐, 그 선택을 하는 과정 자체가 실은 자기 의사가 아니라 선택, 부름이다 라고 주장한다면 딱히 할말이 없을 것 같지만...)

예상하시다시피(?) 그래서 나는 이 종교를 골랐다! 이 종교가 짱!; 과 같은 결론을 내리는 책은 당연히 아니다. 스포일러(?)가 될것 같아 조심스럽지만 결론 역시 처음의 발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데, 나는 그것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물론 저자 개인의 히스토리 및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그 중에서도 특정 종교에 보다 애착을 갖게 되는 과정들도 그려지기는 하지만 그것 역시 위에서 강조했듯 자신의 역사에 기인한 것이지 특별히 그 종교가 더 우월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하지만 이 책이 전통적인 종교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저자가 했던 다양한 종교, 여러 형태의 체험들에서 추구되는 목적이나 궁극에서 느껴지는 것들, 그리고 한 종교에서 경지에 이른 사람들의 여러가지 말들에 닮은 부분이 많다는 것이 느껴졌고 그게 무척 재미있었다. 각 종교의 개성과 신성함의 대상은 다 다르겠지만 어쨌든 사회적인 현상으로서 '종교'라는 것은 어느 정도 통하는 부분들이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넌 어떤 종교를 고를래? 라고 묻는다면 여전히 나는 당장 대답할 말이 없다.  그러나 적어도 저자가 보고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각 종교의 특징들이 어떤 가치관으로 이어지는지, 또 자신의 종교에 대한 기준은 어떤 것들인지 적은 것들을 읽으며 내가 기대하는 종교의 이상형(?)을 생각해보는 것에는 무척 도움이 되었다. 

또, 종교라는 것은 결국 생과 사에 대한 근본적이고도 어려운 질문들과 이어진 것이어서, 요즘 내가 너무 눈 앞의 작은 문제들에만 골몰하고 있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덕분에 오랜만에 시야가 좀 트이는 느낌이었고, 참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커다란 문제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뭔가 괜히 덩달아 마음이 벅차올랐다고나 할까. 

언젠가 내가 종교를 가지게 될지 어떨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은 '종교적 체험', '종교적 발상'의 가치를 새삼 확인하였다는 차원에서라도 뜻깊은 독서 경험이었고, 무엇보다 오랜만에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다! 

저자의 전작 <행복의 지도>도 꼭 읽어보고 싶다.  

2013.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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