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불륜과 사랑 사이 : <안나 까레니나>와 <우리도 사랑일까> movie



원작이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영화도 거하게 개봉을 했었는데 당시에는 놓치고 얼마전에 뒤늦게 보게 되었다. 

교양이 부족해서 <안나 까레니나>를 책으로 읽어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대략의 내용은 알고 있었는데 아무튼 영화를 다 보고나니 참 불쌍한게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본격 불륜 금지 캠페인 영화인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영화를 보고 이런 생각이 들어도 되는건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무튼.;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듯 처음 부터 끝까지 연극 무대인것 같은 연출을 사용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혹자는 그 부분이 사교계의 화려함이나 모두의 주목을 받는 안나 까레니나라는 존재를 부각하기 위함이라고도 보는 듯 하다. 

그런데 내 기준에서는 그런 장치들이 묘하게 몰입을 방해하는 부분이 있어서 안나 카레니나라는 캐릭터에 인간적으로 몰입되는 것과는 별개로, 어떤 하나의 케이스로서 이 이야기를 다루고 싶어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시대적인 배경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지금 기준으로 일반화 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한 명망있던 유부녀가 사랑 때문에 망하는 과정'의 어떤 원형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나 할까.

그런데 그런 의미에서 또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주인공 안나 까레니나나 불륜남, 그리고 원래 남편까지 이상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뭐냐하면, 이 관계를 막장으로 끌고가서 결국 사단을 내게 만드는 동력이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랄까.

<마담 보바리>나 <떼레즈 라깡>같은 케이스를 생각해보면 보통 불륜남은 어리석거나 악하기 마련이고 여자는 그 불륜남으로부터 사실 진정한 '사랑'을 못받고 뭔가 욕정이나 그 외의 어리석은 것들(?) 때문에 서서히 망가져가다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인데 이 영화만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물론 암시가 없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불륜남(!)은 계속해서 여자를 아끼고 사랑하려고 노력한다.
 
안나를 미치게 하는 것은 사실상 자신의 자격지심과 불안함과 집착 때문으로, 정말 참 내가 봐도 질린다;; 싶을 정도로 짜증나게 굴긴 하지만 그래도 진짜 새 남자에게 버림을 받거나 하는 험한 꼴을 보지는 않는다. 안나 남편의 무한한 너그러움도 인상적이었고.. 물론 안나가 그 기회를 발로 차버릴때 결말은 어느 정도 짐작이 갔지만 어쨌든 이 사랑 이야기에 얽힌 주요 인물이 모두 인간적으로 이해가 간다.

그래서 뭘 말하고 싶은거냐면, 불륜 이야기의 경우 대부분 그 사랑 자체, 사람 자체가 형편없었던 경우가 많았고 (진실하지 못한, 욕정에만 사로잡힌 불장난) 그래서 다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된 것이라는 인상이 강했는데, 이 이야기의 경우엔 안나와 불륜남의 사랑 자체가 정말 진실하지 못했던 것인지를 묻는다면 꼭 그렇다고 대답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도 이 이야기는 비극으로 끝난다.
그리고 그 이유는 아무래도 사회적인 시선과 제도 때문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결국, 혹시나 그 사랑이 진실하더라도 결혼이라는 제도를 뚫고 나가려는 시도는 결국 비극으로 끝난다고 요약해버리면 혹시 비약이 될까?

앞서 말했듯 물론 다른 시대의 이야기다. 그래서 '거참 이런 시대가 다 있었구만'하며 비극성이 극적으로 증폭되어 느껴질 줄 알았는데 의외로 뭐랄까, '아, 역시 어쩔 수 없네'...같은 느낌을 받게 되어 버리는것이 약간은 당황스러웠다

차라리 그 불륜남이 더 나쁜 놈이었다면 '아 저런 놈을 믿고 사랑에 뛰어든 가련한 여인이여!'라고 생각할텐데... 누구를 원망해야될지 모르겠는 그런 상황. 비극인 것은 알겠는데 묘하게도 모든게 제자리로 돌아온 것만 같은 느낌. 게다가 그 남자는 앞으로 귀족 딸하고 결혼해서 잘 먹고 잘살거라는게 너무 그려지니, 죽은 안나만 불쌍하긴 한데, 그래서 어쩌겠냐는 거다. 혹시 애초에 유부녀였던 것이 잘못인건 아닐까? 라고 생각 할 수 밖에 없는 상황..? @_@; 어쩌면 결국 우리 사회가(내가?) 그 무렵 러시아 수준의 보수성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일지도 모르겠고, 그 지점을 또 건드리려고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위와 같은 얘기와는 별개로, 영화자체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긴 러닝타임치고 꽤 재미있게 봤다. 캐스팅도 마음에 들었고. 
특히 애런 존슨... 얼굴이 스포일러야 ㅜㅜ 안나가 안넘어갈리가 없잖아...... ;;



<우리도 사랑일까>는 사실 <안나 까레니나>와는 무척 다른 얘기지만 유부녀가 한 눈파는 내용이라는 점에서는 좀 일맥상통한다고 봤는데 아무튼 개인적으론 참 좋아할 수는 없는 영화였다. 자의식 넘치는데다 안귀여운데 귀여운척하려는 연출, 공감안되는 여주인공도 별로였고..(하지만 절대 미셸 윌리엄스는 잘못 없음!) 

뭐 그랬지만, 여튼 <안나 까레니나>와 관련해서 재미있게 느꼈던 것은 이 유부녀들이 새로운 남자에게 빠질지 말지 고민하는 과정이 참 길고도 길다는 것.,(안넘어가려고 무지하게 애쓴다는 것) 그리고 결국 선택을 하는데, 결과적으로 비극이 된다는 것이다. 

쌩뚱맞은 물음일지 모르겠으나, 여자의 불륜은 왜 이렇게나 진지할까?

<안나 까레니나>만 해도, 난봉꾼인 안나의 친오빠가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식사를 먹을 수 있음에도 롤빵을 훔치는 이유는)  그 롤빵이 따끈따끈하기 때문'이라는 말을 하는 장면이 있다. 이 오빠란 사람이 사실은 바람을 피우다 걸리는 바람에 안나를 여행길에 오르게 하고 결국 시험에 들게 하는 그런 존재이건만(..) 결과적으론 조강지처에게 충성하는척 하면서 또 딴주머니 차는... 뭐, 딱 그 정도의 느낌이다. 

그런데도 왜 많은 문학속 영화속 여자들은 불륜에 대해 그 정도로 가벼워지지 못할까? 꼭 신세를 망치고 인생을 송두리째로 바꾸고... ;; orz

물론 가볍게 불륜에 접근하는 여성(?)의 케이스도 찾아보면 많기는 하겠지만, 반대로 그럼 불륜으로 무겁게 고뇌하는, 정말정말 많이 고민하고 신세 망친 남자 주인공은 얼마나 있을까? 

괜히 그런 생각이 들면서 많은 작품들에서 남녀 주인공의 불륜을 다루는 형태에 대한 정치적인 문제제기(?!)를 해보다가도 결국 연애건 불륜이건 다 떠나서 남자와 여자가 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랬다. 누가 이 문제에 대해 고견이 있으시면 좀 들려주십사;;


아무튼 <우리도 사랑일까>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해보자면, 사실 이 영화는 불륜에 대한 내용이라기보다 <비포 미드나잇>의 새드 엔딩 버전 같은 영화라고 봤는데, 결국 모든 사람이 늙어가듯 사랑 역시 시들고 지리멸렬해지는 일상적 비극에 대한 내용이다. 

이 영화도 위에 나열했던 전형적 불륜 비극 스토리, <마담 보바리> 같은 것과는 좀 다른 노선인데, 스포일러가 될지도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 참 맥이 빠졌던건 정말 새 남자때문에 간을 보고 뜸을 들이고 그렇게 고민을 그렇게 하다가, 결과적으로  선택을 하게 되는데,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너무 '날려서' 보여준다는 것. 영화 후반부의 그 시퀀스가 멋은 있었지만 장면이 의미하는 바가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오는게 아니라 '뭐지 뭐지?' 하고 한참 생각해서 추측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다음은 사실 더 힘이 빠진다. 한편으론 결국 고작 그걸 말하고 싶었던거야? 라고 생각하며 허탈해지기도 했고... 리얼(?)한 엔딩이긴 하겠으나 참... 그냥.. 뭐라 할말이. 

물론 소소한 잔재미는 있지만(미셸 윌리엄스의 귀여운 패션이라던가 패션이라던가) 아무튼 좀 말하고자 하는 바도 뻔하고 여러모로 약한 영화였기 때문에 인상적인 부분은 거의 없었으나... 캐나다에 놀러가고 싶다는 생각은 무지하게 들더라. ㅎㅎ

지난 휴일에 골라골라 선택한거였는데,  <블루 발렌타인>을 볼 걸 그랬어. 담번엔 그 영화를! 

2013. 8. 16-17


덧글

  • rumic71 2013/08/24 17:17 # 답글

    고뇌하다가 아예 저세상 간 케이스도 있지요, 베르테르라고 (이 녀석은 불륜으로 고뇌한 게 아니라 불륜을 못 저질러서 고뇌한 셈이지만)
  • leo 2013/08/25 23:18 #

    아~ 그러고보니 그런 케이스가 있었군요!
    그런데 디테일하게 보자면 베르테르는 미혼이라 자신이 불륜의 주체(?)는 아니었던 셈이니 약간 다른 느낌도 들고 말이죠... 그런 의미에선 '개츠비'도 있군요! 이 두 케이스 뭔가 비슷해....?! 덕분에 뭔가 생각해볼 거리가 생겼네요. 덧글 감사드립니다.
  • 2013/09/21 16:1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9/21 23:2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09/21 23:4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09/22 00:0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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