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영화를 보고 화가 난 이유 : <군도> movie


<군도>는 개인적으로 올 여름 최고의 기대작이었고, 그만큼 기대가 컸기에 미리 예매했다가 개봉날 봤다.

그리고 정-말-로 화가 났다.

사실 첫 장면 부터 쌔했는데, 역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를 보면서 시계를 몇 번 봤는지 모르겠다. 한숨은 몇 번 쉬었는지 모르겠다. 정말 중간에 나가고 싶은 것을 몇 번이나 겨우 참았다. 

물론 기대가 너무 컸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같이 본 애인도 같은 생각. 오랜만에 재미있는 영화보며 스트레스 풀려고 했는데 우리 눈 앞에 펼쳐졌던 힘든 두 시간 때문에 오히려 스트레스가 더 쌓였다;;; 최근 몇 년간 극장에서 봤던 영화 경험중에 손에 꼽을 정도로 안좋았다. 

그 화를, 블로그에라도 풀어내고 싶어서 당일 집에오자마자 마구마구 써댔지만, 아무리 그래도 일단은 마음을 가라앉혀야할 것 같아서.... 좀 마음을 묵혔다. (솔직한 마음은 사람들을 말리는 차원에서라도 포스팅을 빨리 하고 싶었지만)

그러면서 그 동안 이 영화에 대한 평들을 좀 지켜봤는데... 정말 신기한 건 이 영화를 '정말 괜찮게 본 것으로 추정되는' 분들도 계시다는 거다. 

얘기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군도>의 평론가 평은 너무 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영화를 보는 기준이 주관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정말?' '정말요?!' 박평식 평론가의 평 외엔 전혀 공감이 안된다. 네이버 기준, <군도>는 평론가보다 일반 네티즌 평점이 더 낮은 기현상을 보이며, 1점 아니면 10점이라는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대체 그 갭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또 한 가지, 강동원의 팬이라면 이 영화에 대해 냉정하게 평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영화에 대한 평가'가 아니므로 그걸로 이 영화를 좋다고 평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우선 간단하게 총평을 하자면, 이 영화는 과잉으로 점철되어 있다. 절제가 없다. 그래서 너무 길다. 최~소한 30분은 줄일 수 있어보인다. 또한 너무 안일하게 만들어졌다. 이미지만 가지고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감독의 과도한 자신감, 자아도취가 보인다. 좀 못되게 말하면(..) 영화 보는 내내 '내가 하면, 하정우가 하면 뭘 해도 재미있는거 아님? 이야~ 진짜 죽이지 않냐?' 뭐 이런 말이 옆에서 들리는것만 같았다. (그리고 미안하지만 공감 안됨;)

디테일은 전혀 다르지만 <우는 남자>를 봤을 때와 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는 막았어야 하는거 아닌가...? 어떻게 이런 대형 프로젝트가 이런 결과로 이어지는지 정말 신기하고, 정말 지금의 충무로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다행이라 해야겠지만) 이 작품은 흥행을 하고 있으니... 내가 이상한건가? 정말 잘 모르겠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이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했던 포인트인 '망할 세상에서 백성을 구하는'것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이야기였다는 것이다. 게다가 캐릭터, 이야기, 여러가지 면에서 밸런스가 전혀 맞지 않기도 하다. 

개인적으론 감독의 전작 <범죄와의 전쟁>은 그럭저럭 재미있게 봤었다. 엄청나게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 작품만의 개성과 매력이 분명했고, 어떤 '신드롬'을 불러일으킬만한 독특한 정서가 잘 살아있었기 때문에 좋았고 매우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이번 작품도 기대를 했던 것이고... 그랬었는데..... (...)

아무튼 어찌됐건간에 나는 내가 느낀 <군도>에 대해, 욕 먹을 각오하고 쓴다. 


(*이어지는 글에는 스포일러가 대량 포함되어 있고 아무튼 뭔가 분노가 있으니 원치 않으시는 분들은 피해가시기 바랍니다;)



과잉과잉과잉 : 미안하지만 안웃겨요....

처음부터 촉이 쌔했다고 말했던 이유는 다른게 아니라, 예상하지 못했던 장 구분, 그리고 무엇보다 나레이션 때문이었다. 

장 구분은... 나중엔 뭐 다른 단점들(..) 때문에 거슬리지도 않았지만, <군도> 같은 경우 호쾌하게 쭉 뻗어나가야할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왜 굳이 '분절'되도록 장을 나누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타짜>나 <신의 한수>가 장 구분을 했지만, 그 영화들은 원작이 있기도 했고 각 장들의 제목에 사용된 '언어' 그 자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소재가 가진 특징을 메타포적으로 이야기와 잘 연관시키면서 영화를 더 풍부하게 해주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보았었다. <군도>는 그런 작품들과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사실 설명적 나레이션은 영화에서 금기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영화를 만드는데 무슨 법이 있는것도 아니고, 영화에 따라 그걸 정말 재미있게 잘 쓴다면 뭐, 얼마든지 써도 된다. 이 영화에서도, 의도는 물론 재미있게 하고 싶었겠지만... (..) 미안하지만 재미가 없었다. 어쨌든 첨엔 사극이니 배경 설명을 위해 좀 넣는 정도인가보다 했다. 근데, 이건 갈 수록, '영화적으로 보여줘야 될 것들' (이건 매우 중요하다), 혹은 생략해도 이야기에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까지 줄줄이 읊고 있다. 

조윤의 개인사에 관해 자세히 설명해주는 긴 시퀀스가 바로 그런 과잉의 대표적인 예다. 이 영화에서 조윤에 대한 전반적인 밸런스 조절은 완전히 실패한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능력치의 밸런스, 비중의 밸런스, 성격의 밸런스.... 무엇 하나 제대로 되지 않은것 같다. 뭐 그게 의도였다면 확실히 훌륭한 팬서비스는 된다. 하지만 영화는 망쳐진다.

게다가 한동안 나레이션이 좀 안나와서 살 만했더니만 후반부에 다시 조윤이 백성들의 땅을 뺏는 것을, 너~무나 길게 설명하는 시퀀스에서 다시 또 그 줄줄 늘어지는 나레이션을 듣고 있자니 내가 다큐를 보고 있는 건지 영화를 보고 있는건지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무이자' 뭐 이런 단어로 재미있으라고 하는 건가? ...... 

나레이션의 남용 자체가 상당한 과잉이었던데다가, 나레이션 안나오는 그냥 평범한 씬도 너무 집중이 안됐다. 정말 이상할 정도로 집중이 안되었는데, 감독이 너무 '보여주고 싶은'게 많았던 것이 느껴진다. 그러다 보니 대사도, 연출도, 너무 산만하게 되어있어서 정말 살아야 할 부분은 정작 죽어버린다. 여기도 봐! 저기도 봐! 이러면서 정신없이 씬을 끌고가니, 어디가 포인트인지 모르겠다.

그것 역시 시작한지 5분 만에 단적으로 드러난다. 영화의 시작에 나오는 탐관오리의 생일 잔치 장면. 이 장면에서 보여줘야하는건 사실상 뻔하다. '이 인간이 탐관오리라 군도들에게 당하게 되는데, 그 장면에서 활약하는 군도 일원들의 캐릭터를 설명해주고, 이들의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포인트는 그거 하나면 된다. 

근데 이상하게 별 재미도 없는 대사들이 줄줄이 늘어지고 중요하지도 않은 것들을 자꾸 길게 보여주면서 집중을 흐트러뜨린다. 조진웅이 뭐 재미있게 하려고 애드립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대사를 열심히 치고 천리경을 가지고 어쩌구저쩌구 하는데 정말 재미도 없고 지루하다. 그 탐관오리 캐릭터도 영화는 물론 티비 드라마에서도 백번쯤 본 듯한 지극히 상투적인. 근데 왜이렇게 길게 보여주는건지 모르겠는 가운데.... 

군도들의 등장으로 뭔가 공기가 달라지긴 하는데 (개인적으론 윤지혜 첫 등장 장면도 공간 시간이 어디인지 잘 연결이 안되서 좀 헤맸지만) 핵심이 아닌 모든 장면을 다 하나하나 설명적으로 보여주다보니 이것도 구구절절 저것도 구구절절..... 

그 결과, 이 시퀀스의 가장 돋보여야할 '맛있는' 부분인, 대호가 탈을 벗는 그 장면은 정말 아무런 임팩트도 없고 매가리 없이 슥 흘러가버리고 만다. 아니, 그 장면이 포인트 아니었어?? 첫 등장이 그러하니, 이 대호라는 인물의 카리스마가 살리가 있나. 

그리고 이 경향은 영화 전체에서 끊임없이 반복된다. 모든 순간에 다 포인트를 주려는 욕심에 대사, 컷, 모두 과잉으로 붙여놓으니 정작 살아야할 곳은 하나도 안사는 거다.

전반적으로 말이 많다. 그러나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이야기랑 별 상관도 없고 재미도 없는 대사들이 대부분(심지어 재미있게 하려고 의도한 것 같은데도 재미없는)이라는거다. 특히 이성민의 대호 캐릭터는 거슬릴 정도로 말이 많다. 그 역할은 말이 많으면 안되는 역할 아닌가? 모든 것을 다 말로 설명하시고, 정작 별 능력은 보여주지도 못하고 죽는데, 죽은줄 알았더니 또 살아나서 다시 말..... 아니, 멋있어 보여야 할거 아니야... 캐릭터가.... ;;

혹자는 나이 드립 10초 보려고 2시간을 기다린 영화라고 하더라. 나도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웃은 부분이 그거다. 고급 유머라고 결코 할 수 없는 딱 그거 하나. 

이런 장면들이 지나가고 나니, 앞으로 두 시간을 도대체 어떻게 견뎌야하나... 앞이 깜깜해지기 시작했다. 



더 심플하면 안되나?

스토리에서도 설정에서도 가장 답답하고 아쉬운 것은 주인공 도치였다.

굳이 '부모님의 원수'여야했을까?

이 영화의 핵심은 '공공의 적'인 탐관오리를 정의로운 군도들이 벌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게 개인적인 이유를 또 붙여줘야했을까. 물론 더 큰 개연성과 동기를 부여하는데는 이보다 좋은 것이 없겠지만 결국 그럼 또 복수하는 얘기가 되어버리고 만다. 굳이 철종 때 민란 일으키는 얘기로 꼭 해야되나 싶어지는거다. 이건 <역린>에서 갑수와 을수 얘기를 봤을 때도 비슷했다. 

그래도, 그래, 역시 몰입도를 높이는 차원을 생각해서 '부모님의 원수' 좋다. 근데 그렇다면 탐관오리의 수탈 때문에 죽어야 그래도 좀 테마와 연결이 되는거 아닌가? 

심지어 수탈당하다 죽은 것도 아니고 무슨 서자의 상속 욕심 때문에 백정한테 살인 교사를 했는데 그걸 못해서 복수를 당하고.... 이게 너무 복잡하다. 길다. 재미도 없고 억지스럽다. 우리 부모님을 죽인게 어쩌다 탐관오리인 것 같은 느낌? 이런 것들이 '민란의 시대'라는 이 영화의 컨셉하고는 전혀 안맞는다.

그리고 애시당초 그 살인교사에 관련하여 '살인'에 대해 주인공들이 보이는 태도가, 살인이 미친듯이 난무하는 이 영화의 세계관하고도 맞지도 않는다고 느꼈다; 

그리고 정말 하나하나 지적하려니 내 손만 아프지만 ...

1 조씨 가문에서 그렇게 귀하게 얻은 아들의 부인을 (나레이션에 의하면) 망해가는 양반집의 딸로 받아들일리가 있을까? 
2 그 부인의 남편을 죽인게 이 군도들이라는건 부인도 군도들도 모두 망각한걸까? 
3 2에 이어, 이 군도들은 대체 왜 그녀를 마치 한 편처럼 보호해주는가? 단지 목숨의 위협을 받는 부녀자라는 이유만으로? 

뭐 이런 의문들이 도저히 풀리지가 않는다.


주인공이 화적떼 패거리에 들어가는데 꼭 이렇게 구구절절 이유를 만들어줘야된다는 생각. 
꼭 엄마가 죽어주고 눈물을 흘려야 한다고 하는 생각. 

한국 관객을 지나치게 의식한 것일까? 혹은 더 나아가 무시한 것일까? ...

빨리 군도에 들어가서 활약하는 걸 보고 싶은데 군도에 합류하는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 이미 지쳐버리는데다가 그 과정도 너무 말이 안되게 느껴지니까 점점... 더 한숨이 나오기 시작했다. 


사실 위에서 지적한 문제들은 다 '조윤'에 대한 밸런스 조절 실패 때문이다. 

사연 있는 악역을 만들면 더 깊이있어 보일거라고 생각한 것은 이해한다. 톱 배우가 하는 악역이니까, 그냥 나쁜 놈 말고 뭔가 좀 다른놈으로 하고 싶었을거다. 그러니까 그 서자 컴플렉스와 관련된 것으로 도치와 엮인 것이다. 근데 그게 '민란의 시대'랑 그닥 상관이 없다는건 별 관심이 없었나보다. 

이 영화가 오마주 수준으로 애정을 보이고 있는 <장고>의 디카프리오 처럼 그냥 좀 심플하면 안되었을까? 그냥 나쁜 놈이면 안되나? 꼭 사연이 있어야 하나? 얘가 왜 이렇게 됐는지 꼭 보여줘야 되나? 아버지를 죽이는걸 굳이 보여주는건 뭐고, 마지막에 조카에게 보이는 애착은 또 뭔가? 이 인물에 대해 대체 무슨 느낌을 받아야하는지 모르겠다. 


반복반복반복 : 회심의 한 방이라는 것의 부재 

주인공인 '도치와 조윤이 일대일로 멋지게 붙는 것', 즉 하정우와 강동원이 정면으로 부딪혀 싸우는 장면을 보는 것이 아마 이 영화를 보러 간 많은 관객들이 가장 기대한 포인트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도치와 조윤은 최소한 4번 정도 싸운다. 

초반에 너무 빨리 둘이 붙길래 당황했지만 그래 뭐... 나중에 달라진 대결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비교해서 보여주려고 그런걸꺼야 했다. 근데 이건 뭐... 액션의 디테일이 달라졌는지 벚꽃이 휘날렸는지 어쨌는지 그런건 내가 주목하는 분야가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 계속 비슷한 패턴의 싸움이 너무 쉽게 몇 번이나 반복된다. 

그리고 놀랍게도 도치는 계속 못이긴다. 기백은 엄청난데 결국 어떻게해도 실력이 딸린다. 어찌보면 그게 이 군도들의 특징이다. 말만 많지 정작 싸움에선 진다. 그것도 적은 한 명이고 이쪽은 떼로 덤비는데도 진다. 그 한명의 무술이 너무 뛰어나서 orz....

보는 내내 참 이해가 안갔던 설정이 바로 그거였다.

권력과 부를 가진 탐관오리와 가진건 몸뚱이 밖에 없는 백성들의 대결, 그리고 그 안에서 나타난 영웅이라고 한다면... 

내 생각엔 당연히 그 탐관오리가 그 부와 권력을 이용한 거대 병력을 가지고 있거나 무기를 가지고 있어서, 현실의 불평등이 싸움에까지 적용이 되고, 그래서 '타고난 무술 천재지만, 나쁜 놈의 돈과 무기에 밀리는' 천출의 영웅이 자꾸 패배하게 되고, 그러나 그걸 결국 개인의 노력과 집단의 힘으로 극복하는 내용이 되어야... 맥락도 맞고 감동도 있지 않을까 했는데 이건 어째 반대다. 무술 천재 탐관오리를 여럿이서 여러번이나 공격하지만 도저히 안되는 군도들.... 

돈과 권력은 사회구조가 잘못되어 억울하게 못누린다고 해도 무술 실력이 밀리니까 좀... 엄..... 뭐 어떻게 해줄말이 없다. ;; 그러다보니 도치가 기관총을 난사할땐 포졸이... 불쌍하다...... (...)

최후에 한번, 점점 영화 내내 쌓였던 갈등이 폭발하며 정말 제대로 된 마지막 싸움을 보여주어야 긴장도 되고 카타르시스가 터질텐데 너줄너줄 계속 싸우게 되니 그 싸움들에 별 임팩트도 없고 도치는 계속 지고... 그러니 결국 최후에 순간엔 그런 핸디캡을 적용해야만.... 겨우 이길까말까였다니.... 이 역시 조윤 쪽에 너무 포커스를 주려고 했던 결과인데... 엔딩쯤 왔을 땐 솔직히 조윤이 죽든말든 아무 관심도 없었지만 (뭐 당연히 죽을 것 같았으니) 결국 죽는데 아무런 통쾌함도 없고... 그렇다고 악역쪽에 엄청나게 이입되서 비통하지도 않고...; 

'강동원과 하정우가 싸우는걸 최대한 많이 보여주어야' 흥행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


이미지로만 영화를 만드니까 이렇게 된다 

솔직히 이 영화가 잘 나오길, 그래서 엄청나게 흥행하길 진심으로 바랬다. 

4월부터 나라,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상황에서 '망할 세상, 백성을 구하라'라는 카피는 이건 무조건 천만 영화라는 사인 같이 느껴졌다. 아울러 역시 되는 감독은 뭘 해도 된다 (영화는 최소한 몇 년 전에 준비되었을 것이므로 트렌드를 맞추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는 생각과 함께 윤종빈은 역시 천재라고 찬사를 했었는데... 

정작 뚜껑을 열고보니 그 마케팅은 그냥 굉장히 머리 좋은 마케팅 부서에서 만든거고 실제 영화는 그럴 생각이 별로 없었던거라고 해석해야 맞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이 영화와 많이 비교되는 <7인의 사무라이> 같은 작품을 보면 그 안에 정말 백성의 비통함과 사무라이들의 정신, 인간에 대한 사랑 같은 것들이 진하게 배어있다. <장고>는 그에 비해 개인적인 플롯이고 호쾌한 액션에 더 포커싱이 되어있지만 극을 끌고가는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태도와 묘사가 매우 명확하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 영화들의 이미지만 가져온 느낌이다. 그냥 하정우를 비롯한 우리나라 최고의 배우들이 각자 롤플레잉 게임의 캐릭터처럼 세고 재미있는 캐릭터를 하나씩 맡아 팀으로 다니면서 말타고 쫙~ 달리면 멋있겠다 뭐 그런 생각에서 만든 영화 같다. 

구해야하는 백성이 명확하지도 않고 (그래서 그 긴 '무이자' 설명 나레이션을 보여주었던거겠지만) 

설정된 주인공의 개인적인 복수가 이 영화의 핵심인 사회적인 부조리와 간접적으로만 연결되어 있는데다가 그 복수조차 시원하게 되지가 않는다. 

뭔가 망할 세상이긴 한거 같은데 정작 그건 모호한 이미지로만 되어있고 이 군도들 자신은 이미 세력이 형성되어 잘먹고 잘살고 있기 때문에 수탈의 대상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세상이, 사회가 잘못되었다는 것보다는 그냥 그때 그때 개인에 대한 처벌만 하고 있는 수준이다. (그 양반집 며느리를 당연히 보호하는 것 같은 맥락이 더 이렇게 보이게 만든다) 반란군이 아니라 도적떼인 한계 때문인지? 솔직히 '싸워야 되니까' 싸우는 느낌이다. 탐관오리고 뭐고;; 

그렇게 애매한 싸움을 이상하게 끝낸 찝찝한 속에서도 이 영화의 인물들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다시 또 말타고 달린다. 열심히 달린다. 그러나 공허한 이미지일 뿐이다.  

정말 요즘 답답한 내 속을 시원하게 뚫어줄 줄 알았다. 이 잘못된 세상에 크~게 복수해줄 줄 알았다.
그런데 이 군도들은 그럴 능력이 일단 없는데다가, 정말 그럴 생각이 있는건지도 좀 의심스럽다. 
근데도 폼은 무지하게 잡는다. 폼만. 그러니 화가 안나? 


결국 조윤이 영화를 망친 셈

나레이션도 얘 때문에 주로 나왔고 (조윤의 과거를 설명하기 위해, 갑자기 연관 시켜야 하는 백성 수탈을 설명하기 위해...)
도치가 화적떼까지 가는것도 얘 때문에 궁색해진거 같고 (조윤의 과거와 목표를 더 보여주기 위해)
싸움의 반복도 얘 때문이었던것 같고 (비주얼 자랑, 능력 자랑.....)
그래서 결국 영화의 메시지도 얘 때문에 흐려진 것 같고... 

역시 많이 나왔던 얘기이지만, 조윤은 '이런' 극의 악역으로 등장하기에 너무 복잡한 인물이었다. 그냥 조윤의 이야기, 이 캐릭터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정서와 액션과 비주얼로 영화 한편을 따로 만들었어야 했다. 여러 가지 면에서 '군도'들과 조화되지 않는다. 모든 것이 '과욕'인 이 작품의 가장 큰 과욕이었다.
 
하지만 강동원이 흥행을 건져주겠지. 그러니 무슨 상관이겠는가? 

나같은 애가 이런 인터넷의 극지방에서 아무리 떠들어봤자 흥행만 된다면야. (강동원은 연기도 열심히 했고 주어진 역할을 잘 소화하려 했던 것이 보이니 강동원을 욕하는 것은 아님을 이해해주시길 바라며.)





아무튼 실컷 쓰고나니 시원하다기보다는 오히려 허무해지는데,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나에게 <군도>는 오랜만에 정말 큰 분노를 느끼게 한 작품이었다.... 장점이 없지는 않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잘 만든, 볼 만한 영화라고 절대로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렇게 이야기 되고 있는 부분이 없지 않아, 일단은 내 생각을 정리해본 것이다. (평이 워낙 갈리는 영화니 난 진심으로 이렇게 느꼈는데, 혹시 반박 의견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들려주시길 청하고 싶다.)

아울러, 하정우도 못살리는 영화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영화이기도 하다... 그러고보니 생각나는 것이, 그의 연출작 <롤러코스터>를 안봤다. 재미 없을것 같았다.... 그리고 여러모로 무지 '과잉'인 영화처럼 보였다. 성공한 이후 너무 승승장구 해왔던건 아닐까? 진심으로 한번쯤 돌아볼 때가 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감독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영화가 흥행한다면? 계속 그렇게 가겠지. 그리고 이미 흥행은 하고 있다. ...

올해 한국영화를 보며 기성 감독들의 실망스러운 신작들에 거의 쇼크 수준의 참담함을 느꼈는데 개인적으론 그것에 방점을 찍은 것이 <군도>다. 이대로는 안...되지 않을까? 일단은 관객수 추이도 계속 지켜보려한다. 

아울러 슬픈 소식, 이것저것 확인하다보니 <군도>와 <명량>의 작가가 같은 분. (물론 원안자, 각색자들은 있지만 '각본'에는 한 분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 물론 개인적으로 엄청 평가가 갈렸던 두 작품 <부당거래>와 <악마를 보았다>의 사례 같은 것도 있기는 하지만...) <명량>에 대한 기대치까지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보러는 가겠지만, 별로 기대는 안 된다.

정말 재미있는 한국 영화를 보고 싶다. '믿고보는 감독'의 작품다운 작품을 보고 싶다. 

이 갈증이 언제쯤 해소될까? 포기하면 편해? 내 '믿고보는 감독' 리스트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정말 맥빠지고 재미없는 2014년이다. 

핑백

  • 주말엔 영화관으로 : 2014년 영화 결산 2014-12-31 22:59: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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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4/07/27 02:4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7/27 09:5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정답 2014/07/27 03:14 # 삭제 답글

    클린트이스트우드를 싫어하는 사람이 황야의 무법자를 보면 이런 평이 나오지 않을까....
  • leo 2014/07/27 09:53 #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안싫어하고 황야의 무법자를 재미있게 보긴 했습니다만..... orz 무슨 의도로 하신 말씀인지는 어렴풋이 알겠습니다.
  • 안지나가다 2014/07/27 08:50 # 삭제 답글

    뭔 A급 영화를 기대하고 화가 났는진 모르겠지만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과 기대치가 대단하시네요.
    감독의 전작이 시대의 명작도 아니었고 B급 영화에 A급 배우를 써서 성공한건데..
    이 영화는 그냥 B급 영화에 하정우랑 강동원이 나오네? 고증이고 영화성이고 딱 B급 영화맞지만서도 B급 치고는 잘만들었네? 이러고 봐야하는겁니다. 물론 마케팅은 낚시 맞다는거 인정.
    난 조조로 6천원에 봐서 평가가 후할지도 모르겠네요.
    사족을 달자면 군도의 진 주인공은 삼천포?
  • leo 2014/07/27 10:14 #

    네, 말씀대로 전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과 기대치가 큰 편입니다. 제 기대를 충족시켜줬던 수많은 한국영화들을 봐왔기도 했고, 계속 한국영화가 잘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좀 감정이 격해진 것 같습니다. 정말 이 영화가 재미있길, 정말 잘되길 바랬거든요.

    개인적으로 전작은 희대의 명작은 아니었지만 단순히 B급 영화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님께서 생각하시는 B급 영화의 정의가 궁금하네요.

    제가 'B급 영화'를 한번도 보지 않았던것도 아니고 B급 영화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감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놈놈놈> 같은 경우, 문제적인 '시대'를 다루긴 했지만 감독의 '만주 웨스턴을 보여주고 싶다'는 분명한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그런것을 기대하지 않고 그냥 그 영화를 있는 그대로 즐겼습니다. (별로 재미있게 보진 않았습니다만 그건 다른 이유 때문이고요) 타란티노 영화들, 엄청 좋아합니다. 이 영화가 오마주하는 <장고> 엄청 재밌게 봤고요. 윌 패럴이나 잭 블랙 나오는 온갖 종류의 B급 코미디 즐겨봅니다.

    <군도>가 B급 영화일까요? 제가 보기엔 B급 영화적인 '요소'와 일반적인 영화(B급 영화의 반대말이 A급이라고 생각하지 않기에 이런 표현을 쓰겠습니다)의 요소를 혼용하며 둘 다 잡으려고 했던 '과욕'이 이도저도 아닌 괴작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봅니다. 님께서 달아주신 덧글을 보니, 확실히 좀 감이 오는게 이 영화의 '일반 상업영화' 적인 부분을 더 기대했던 사람, 그리고 B급 영화일거라고 기대하고 본 사람의 평이 심하게 갈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전자에 해당하는 사람으로써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건, 제대로, 통일 된 맥락을 갖춘 B급 영화였으면 영화를 보는 순간, 이전에 어떤 기대를 했든지 그건 금방 버려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이전에 접했던 정보가 뭐든, 지금 내 눈 앞에 펼쳐지는 영화에 바로 설득되어 버릴테니까요.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러지 못했죠.

    일반 상업과 B급 요소가 혼용된 약간 비슷한 케이스로 <놈놈놈>과 더불어 <악마를 보았다>가 있었지만, 그건 일반 상업영화의 배우, 제작진, 예산으로 B급 적인 이야기와 묘사를 했던 것이 좀 불일치 했던것 뿐이지 이 영화처럼 서사, 캐릭터 등 이야기의 모든 요소가 불일치 하지는 않았던것 같네요.

    좀 장난스럽거나 진지하지 않으면 무조건 B급 영화인게 아닙니다. B급도 그 만의 세계와 규칙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배우들, 제작진, 예산은 충무로 최고 수준입니다. B급 치고 잘만들었다고 할 상황은 아니죠. 그리고 이 영화는 모든 걸 다 떠나서 재미가 없습니다. B급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 빠져있는 셈이 아닐까요.

    아무튼 덧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이 호불호의 이유'에 대한 실마리를 좀 찾은 것 같네요 :)
  • 가리봉돌이 2014/07/27 10:33 # 삭제 답글

    저도 어제봤는데 글쓰신것과 비슷한감상이었습니다. 강동원보러가긴했지만 강동원만으론 재밌어지질 않더군요ㅜㅜ 진짜 악당이 당하거나 죽는데 희열이 안느껴지고 허무해질뿐. . 그리고 저도 임산부보면서 남편살인범들을 뭘보고 쫄래쫄래 따라가는건지 의심이. . ;;;
  • leo 2014/07/28 00:03 #

    공감해주셨다니 기쁘네요. 사실 저도 강동원 배우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고 다시 생각해보면 <전우치>에선 '그래 강동원이니까 용서된다' 같은 마음으로 너그러워진 부분이 많이 있었는데 이상하게 이 작품에서는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그리고 임산부!; 역시!; 그러셨군요 그 조윤 동생 부인에 대한 설정은 좀... 기초설계부터 뭔가 잘못되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ㅠㅠ
  • 2014/07/27 16:04 # 삭제 답글

    전 아무 기대 안하고 갔더니 생각보다 재밌었고 강동원의 미친 미모때문에 즐겁게 보았지만 이 평에 동의합니다 ㅠ 일단 쓸데없는 게 너무 많아요. 위에도 삐끕얘기 나오는데, 삐끕쌈마이 할 거면 아예 쓰잘데기 없는 얘기 다 쳐내고 조선쌍놈vs미친양반의 무쌍난무에 집중하는 게 나았을 듯 ㅠㅠㅠㅠㅠ 조윤 과거썰 너무 길었어요...차라리 화작패들 과거썰이랑 비중맞춰 짧고 임팩트있는 게 좋았을 듯....
  • leo 2014/07/28 00:19 #

    아아 말씀하신 '삐끕쌈마이'의 예시에 무릎을 탁 쳤습니다! 맞습니다 맞아요... 정말 'B급 영화'의 특수성으로 이해받길 바랬다면 그렇게 갔어야..... ㅠㅠㅠㅠ 그랬으면 정말 차라리 즐겁게 봤을텐데 말이에요... 그렇게 다시 편집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을 지경. 역시 처음에 하고 싶었던건 완전히 그쪽이었는데 '여긴 충무로야... 한국이야... 이 예산과 이 배우로 그렇게만 끝낼 순 없으니 이것도.. 저것도...'하다보니 아무래도 이렇게 된 것..일 가능성이 높겠다는 생각이 들긴 드는군요 ㅠㅠ 아니 근데 그렇게 치면 강동원(조윤)에 대한 애정이 너무 과하게 큰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무지하게 불평(?)은 했지만 이만큼의 임팩트를 남긴 영화는 오랜만이라 당황중입니다. ;; 대부분 네거티브한 쪽이긴 하지만 며칠간 <군도> 생각을 계속 하고 있네요... ㅠㅠ
  • ㅇㅈ 2014/07/30 09:00 # 삭제 답글

    어제보고 왔는데요. 안 본 친구들에겐 그럭저럭 재밌다고 추천해주었지만(저 때문에 그들이 즐길 수도 있는 영화를 안보는 건 싫어서) 생각할수록 별로인 영화네요. 밸리에 나온 영화 리뷰를 쭉 읽고 있는데 칭찬을 보면 찝찝하고 혹평을 보면 '그래 이거지'하면서 통쾌해요. 칭찬보다는 혹평이 잘 어울리는 영화인듯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신랄하게 까주신 이 평은 제 마음이 다 후련해서 댓글을 안 쓸 수가 없었네요. 이렇게 일일히 까주셔서 감사합니다ㅋㅋㅋ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던 여러가지 것들이 이렇게 공감을 받으니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느낌마저...영화에 대해 아쉬운 거 말하자면 댓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안할게요. 그저 이 리뷰가 제 맘입니다^^.
    스트레스 풀자고 보러가신 영화를 너무 전투적인 자세로 보신 건 아닌가 걱정(?)이 되지만 (군도가 별로라는 사실을 보는) 눈은 버리고 갈 수 없으니까요. 매우 이해합니다!
  • leo 2014/07/31 10:19 #

    아아 '칭찬을 보면 찝찝하고 혹평을 보면...'이라고 써 주신 구절에서 좋아요를 열 번쯤 누르고 싶어지네요 ㅠㅠㅋㅋㅋㅋ 이것 참 관객들을 단결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는 영화로군요 (..) 답글 주시고 공감해주셔서 그저 감사합니다!

    정말 말씀하신대로 이 글을 쓰다보니 저도 모르게 전투모드(?..)가 된것 같네요 ㅠ,ㅠ 영화관에 들어갔을 땐 분명 스트레스를 풀러 간거 였는데.... 시간이 갈 수록 한숨 푹푹 쉬면서 어느새 머릿속으로는 이런 것들을 맹렬하게 생각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 근데 참 뭐 어쨌거나 저쨌거나, 4-500만은 무난히 찍을 것으로 보이니.. 이것 참.... 여름 성수기 영화시장 만세로군요 (;;)
  • 지니 2014/07/30 14:52 # 답글

    속이 다 시원해지는 리뷰네요!!!!!
    군도 보고 일주일은 답답했던 속이 풀리는 것 같아요!!!
    제 맘속의 분노를 이렇게 자세히 써주시다니ㅠㅠ
    덕분에 명량은 안보러 가게 될 것 같습니다 ;ㅁ; 감사합니다;
  • leo 2014/07/31 10:22 #

    으와 정말 제 분을 못이겨(?) 마구마구 써댄 리뷰였는데 지니님의 속을 풀어드렸다니!!! 다행이네요 기쁩니다 ㅠㅠ 공감의 덧글 감사드려요.

    <명량>도 개봉하자마자 파죽지세로 쭉쭉 올라가고 있군요... 아아... 아직 보진 못했지만 평은 영 안좋은데 어쨌든 지금 현재 모든 멀티플렉스는 거의 <군도> / <명량> / <드래곤 길들이기 2> 정도네요 이거 웬지... 어제 있었던 선거 개표방송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얘도 싫고 쟤도 싫지만 어쩔 수 없이 찍어야 한다 뭐 그런... 아이쿠.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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