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영화의 생존 전략 : <내 연애의 기억> movie

영화판에서 로맨스 영화는 이제 레드오션이다. 

한 때는 멜로 영화, 로맨틱 코메디가 그렇게 많이 만들어지고 그렇게 잘됐었는데, 이젠 로맨스, 멜로 장르는 TV드라마에게 그 자리를 내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마디로 지금의 관객들이 '영화관'에 가서 보기를 기대하는 것을 전부 제공하기에 로맨스 장르는 너무 취약하다는 것이다. 굳이 돈내고 가서 보고 싶게 만들기가 어렵다는 거지. 납득하기 어렵지 않다. 납득, 하니까 생각나는 <건축학 개론> 같은 예외도 가~끔 있긴 하지만, 예외는 예외이기 때문에 예외라 부르는 것이어서...(음?)

아무튼 그래서 TV의 한계로 지적되는 '에로'를 강조하는 것이 한 때는 돌파구로 여겨졌었는데, 이제는 케이블에게 그 자리도 내준 것 같고... <오싹한 연애>같이 장르를 섞은 로맨스가 가끔 시도되기도 하지만... 아무튼 참, 전반적으로 로맨스 영화, 어렵다.


그런데 최근 오랜만에 개봉한 한국 로맨스 영화를 보았다. 

바로 송새벽, 강예원 주연의 <내 연애의 기억>.

*'반전 로맨스'라고 홍보하고 있는 영화이므로 아래를 읽으시면 스포일러를 당할 위험이 있사옵니다. 



사실 별 기대는 안했었는데... 그런것 치고는 잘 봤지만, 보고 나니 여러모로 복잡한 심경이었다. 


한 마디로 영화를 두 개 본 기분이었다. 

로맨틱 코메디와 싸이코 패스 스릴러.


내가 정말정말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달콤 살벌한 연인>의 시리어스, 남자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것이 새로운 시도이기는 하고, 그 스릴러가 로맨스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 없지는 않으나, 개인적으로는... '한 편의 영화'로서의 맥락과 균형과 결이 전부 흐트러지는 기분이라 좀 벙쪘다. 

보는 순간의 놀라움은 있지만, 이것을 고유한 세계관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하나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건가?

'(위에서 언급한대로 상대적으로 '시시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로맨스 영화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는 이해하나, 그 목적이 영화가 가져야할 기본 맥락을 다 잡아먹어버린것 같은 느낌이었다. 

오히려 초반에 나오는 오랜만에 보는 로맨틱 코미디, 좋았었는데...

개인적으론 전혀 다른 장르를 붙였다는 것 자체보다는 그 두 장르를 연결시키는 것이 세련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통통 튀고 감각적이고 세련된 취향, 혹은 무드인줄 알았는데 예를들어 스릴러로 넘어간다고 해서 갑자기 '가리봉동 마담'이 등장하는 건 좀, 뭐랄까, 물론 등장할 수는 있는데;; 조금은 톤이 맞는 소재를 택했으면 어땠을까? 그런 것들이 맥락을 흐트러뜨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면에서 역시 무려 2006년작인 <달콤 살벌한 연인>이 얼마나 훌륭한 영화였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지점. 물론 그 영화의 존재 때문에 비슷한 전략은 피해가야하기도 했겠지..라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그나마 이 영화에 설득력을 만들어주는 것은 전부 주연배우 두 사람의 힘이다. 

올해 <도희야>에서 너무나 인상깊은 연기를 했던 송새벽은 이 영화에서도 정말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개그 캐릭터로 소비되던 건 이제 옛 말이고 앞으로가 정말 기대된다. 

강예원은 개인적으로 정말 안좋아했..(..)는데, 이 영화에서는 정말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연기를 보여준다.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 언급했던 그 '거대한 시도' 때문에 이 영화는 내게 찝찝함을 남겼다.

'로맨스 영화'를 보게 하기가 정말 이렇게 어렵구나... 궁리를 하다하다 이런것 까지 나온거구나...?! 뭐 그런 느낌이랄까. 

어쩌면 로맨스 영화를 만들려는 분들께서, '볼거리가 부족하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너무 '로맨스'에서 최대한 동떨어진 것과 엮어서 '신기함'을 주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로맨스' 영화가 쉬워보이지만 어려운 것은 누구나 해본, 누구나 안다고 생각하는, 그러나 모두가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는 바로 그 지점의 본질을 정확하게 건드려서 마음을 울려야하기 때문이다. 

<내 연애의 기억>이 더 아쉬운 것은 사실 초반부에선 꽤 훌륭하게 보편적인 연애 기억을 건드려주었다는 것이다. (송새벽, 강예원 배우의 불꽃 연기; 정말 송새벽은 생활연기의 달인이다..ㅠㅠ '은진씨 이쁘다' 하는데 왜 내가 떨림?;;) 그런데 그게, 갑자기 요상한 B급 코믹수사영화 같은 풍의 전개로 넘어가더니 나중엔 안드로메다로 간다는 것이..(..;;) 참... 아쉬웠다. 

'로맨스 영화'의 약점은 '대중 영화'라면 분명히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로맨스'의 본질과 잘 맞는 '볼거리'를 붙이는게 중요하지 않을까.

어찌보면 최근에 개봉했던 미국 영화 <그녀>도 그런 한계를 극복하는 방식의 영화일지도 모른다. 'SF장르'와의 결합인 셈이니까. 개인적으로 인생의 영화로 꼽는 <이터널 선샤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 작품들에서는 '로맨스'에 둔 무게를 잃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 맥락을 지키며 가져온 장르적인 요소를 적절히 활용하기에 'SF요소'가 있는 '로맨스' 영화로 기억되고, 그야말로 '내 연애의 기억'을 건드리며 마음을 울리는 거다.

아쉽게도 <내 연애의 기억>은 내 연애의 기억을 건드리려다 말고, 심지어 자기들의 연애얘기도 하다 말면서 갑자기 뭔가 사회, 도덕적인 딜레마를 건드리는 척을 하지만 사실은 그냥 잠깐 놀라게 하는 정도로 끝나버린다. 

그래서 '로맨스' 영화로도, '스릴러' 영화로도 기억되지 못할 영화가 되어버린다.

'로맨스' 영화는 정말 큰 단점이 있지만, 그 단점이 곧 장점이기도 하다. 
너무나 보편적인 감정을 다룬다는 것, 사랑 얘기라는 것. 

처음엔 다 그게 그거인게 로맨스니까, 어떤 장르와 합쳐지고, 어떤 볼거리를 제공할지, 그것이 너무 중요해보이지만 결국은 '로맨스'가 본질이구나...하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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